skkusoa 인터뷰 시리즈 < skkusoa X ( ) >

<intro>

성균 건축 선배님들을 인터뷰하는 <skkusoa X ( )>의 첫 번째 인터뷰이로 SGHS 강현석, 김건호 선배님을 모셨습니다. SGHS는 내러티브와 텍토닉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하며 서울마루 공공개입(2022), 서울시 통합수장고 건립 설계공모(2020) 등 많은 주요 공모에 당선되신 바 있습니다. 또한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상상의 항해>(2016), 2018 베니스비엔날레 등의 전시에 작가로 참여하시고, 서울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출강하시는 등 설계 바깥에서 건축 교육과 전시, 칼럼 활동도 폭넓게 이어가고 계십니다.

선배님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는 오늘 인터뷰에선 < 건축 작업 / 건축 바깥의 건축인 전시와 칼럼 / 건축 교육 >,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1부: 과거>

soa : 인터뷰에 앞서, 잠시 선배님들이 성균건축을 다니셨던 2000년대 초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그 때의 선배님들은 어떤 학생이셨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강현석 : 그냥 설계를 좋아하는 학생이었어요. 학교 수업 외에도 작업실 스터디와 공모전에 열심히 참여했고, 급한 과제가 없는 주말에는 여행을 다녔습니다. 특히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김건호 : 저는 그냥 평범했죠. 평범한 학생이었고, 미술 동아리 성미회 활동을 했어요. 그림 그리고, 스케치 여행 가고 그랬습니다.

soa : 그럼 그때의 선배님들은 이렇게 두 분이서 같이 설계회사를 차릴 거라 상상하셨나요?

강현석 :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요, 당장 내일도 모르는데. (웃음) 학교 다닐 때는 그저 존재만 알고 지냈죠.  이렇게 사무실을 차리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김건호 : 설계는 할 거라 생각했는데, 당연히 이런 형태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죠. (강현석 선배님과는) 학번도 다르고 군대 간 시기도 다르다 보니 학교 다닐 때는 이렇다할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어요.

soa : 그러면 두 분이 어떻게 같이 하실 수 있었던 건가요? 대학원에서 만나셨던 건가요?

강현석 : 네. 스위스에서 인턴을 마치고 대학원에 복학했는데, 마침 김 소장이 코넬대에 와 있었어요. 예전에는 목례만 주고받던 사이였는데, 외국에서 만나니 반갑더라고요. 자주 술자리를 갖고 건축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죠. 어느 밤 아파트 앞 사과나무 아래서 담배를 피우다 술김에 ‘나중에 사무실을 차리게 되면 같이 하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기억을 간직한 채 각자 경험을 쌓았고, 결국 함께하기로 뜻을 모아 2015년에 한국으로 들어왔죠.





<2부: 현재_네러티브 & 텍토닉>

soa : 그럼 이제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와서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해 볼게요. 가장 먼저 설계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저희가 찾아보며 인상깊었던 건, 설계회사 소개문에 적힌 ‘내러티브’와 ‘텍토닉’이라는 단어였어요. 내러티브와 텍토닉이 각각 이야기의 구축, 형식의 구축으로 이해되기도 했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학생들에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김건호 : 네, 지금 말씀하신 게 저희가 생각하는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저희한테 중요한 건 공간과 사건 사이의 관계를 상상해 보고, 그 상상 속 사건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낼까 하는 거예요. 결국 이 시대와 그 장소에서 다뤄져야 할 일들이 어떤 공간적 경험을 통해 드러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설계를 하게 되죠.

강현석 : 예를 들어, 내러티브와 텍토닉은 단어와 문장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 후배님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도 먼저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을 적절한 단어의 조합으로 표현하는 과정이잖아요. 단어가 구체적일수록 생각이 더 가깝게 전달되듯, 건축도 마찬가지예요.

흔히 말하는 건축 어휘란, 재료와 물성, 그리고 그것들이 만나거나 구성되는 방식들을 뜻합니다. 우리가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만들고, 문장이 모여 글을 이루듯, 건축도 이러한 어휘들을 엮어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내러티브라면, 그 내러티브를 전달하기 위해 건축 어휘를 조직하는 방식이 바로 텍토닉이라고 이해하면 돼요.




soa : 소개를 들으니 설계회사가 어떤 곳인지, 조금씩 그려질 것 같아요. 이제 가장 첫 파트인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고자 합니다. 먼저 이 인터뷰를 읽는 학생들이 아뜰리에의 작업이나 삶에 대해 조금 가늠할 수 있도록 아뜰리에에서의 삶은 어떻게 굴러가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강현석 : 아뜰리에의 정의는 여러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을 거예요. 규모 때문에 그렇게 불리기도 하고, 조직의 특성 때문에 그렇게 불리기도 하죠. 제가 생각하는 아뜰리에의 삶은 함께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만들고, 그려내는 과정입니다. 아뜰리에는 각 구성원이 건축에 더 솔직하고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환경이에요. 조직이 커질수록 업무가 세분화되지만, 아뜰리에에서는 소수의 인원이 조율된 합의 속에서 컨셉에서부터 시공까지 넓은 영역에 직접 참여하게 됩니다.




soa : 그럼 요즘에는 어떤 작업을 끊임없이 하고 계신가요?

김건호 :  요즘은 현상설계 공모도 하고 있고, 충남대학교에 있는 학교 시설 설계도 진행하고 있어요. 하루하루 도면을 그리고, 전화 붙잡고 여러 사람들과 협의하고 소통하는 게 일상적인 풍경이죠.

강현석 : 또 대전의 진실과 화해의 숲, 횡성의 서울시 통합수장고가 현상 공모 당선 이후 실시 설계와 공사가 진행 중이예요. 금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는 큐레이터이자 전시 디자이너로서 작업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soa : 언급이 됐으니 현상 공모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사실 제가 설계회사를 처음 알게된 것도 현상 공모 당선 소식이었을 만큼, 선배님들께선 주요한 현상 공모에 많이 당선되셨었잖아요. 요즘 아뜰리에에선 현상 공모를 많이 하는 게 현실이라고 알고 있는데, 현상공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어요.

김건호 : 현상공모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는 민간 클라이언트가 없거나 적은 사무실들에게 열려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현상공모를 통해 건축이 공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강현석 : 건축에는 자기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적 형식과, 사회나 맥락에 응답해야 하는 외적 형식이 있는 것 같아요. 공모는 공공 시설인 만큼 후자에 무게를 두되, 동시에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전자의 흐름도 놓치지 않아야 하죠. 그 균형을 잡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공모 작업을 즐겁게 하는 편이에요.

공모야말로 앞서 말씀드린 내러티브와 텍토닉이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작업인 것 같아요. 민간 프로젝트에서는 건축주에게 직접 설명할 기회가 있지만, 공모에서는 드로잉만으로 심사위원과 대화해야 하죠. 그래서 우리는 사회와 맥락,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치밀하게 준비하고, 그에 걸맞은 건축 어휘와 공간 구성을 도면에 담아냅니다. 심사위원이 도면을 통해 우리가 전하고자 한 이야기를 포착했을 때 느껴지는 희열은 크죠. 물론 언제나 읽히는 것은 아니지만요.

김건호 : 이때 민간 프로젝트랑 공공 프로젝트에서 다루는 내러티브의 결이 꽤 달라요. 민간 프로젝트는 주로 사용자의 개성과 경험에 집중하게 된다면, 공공 프로젝트는 아무래도 좀 더 넓은 범위의 공공성을 고려해야 하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가 시대적 상황이나 현실의 문제에 더 깊게 연결되는 것 같아요.




soa : 공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선배님들의 작업 방식이 더 와닿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내러티브를 먼저 생각하시고, 텍토닉으로 넘어가고, 또 조율하는 식으로 작업하시는 건가요?

강현석 : 처음에는 내러티브를 설정하고 건축적 스터디를 시작하지만, 과정이 언제나 일방향적인 것은 아니에요. 건축은 조각품을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주어진 프로그램이나 대지의 조건, 법규에 맞추다 보면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는 일종의 순환 과정이죠.

글쓰기 또한 비슷합니다. 아이디어를 따라 문장을 써 내려가다가 어색하면 빼거나 덧붙이고, 때로는 글의 방향 자체를 바꾸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아이디어와 형식이 오가며 글이 완성되듯, 내러티브와 텍토닉도 서로를 밀고 당기며 결국 하나의 건축으로 귀결됩니다.




soa : 그렇게 끊임없이 작업할 수 있는 원동력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김건호 : 저한테 건축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창작 행위라는 점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저는 건축이 어린아이들이 블록 쌓기 놀이를 하듯이, 그 안에 굉장히 원초적인 즐거움이 있다고 생각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느껴요. 물론 이 일을 순수한 창작으로만 이어가기엔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즐거움이 흐려질 때도 있죠. 그래도 가끔 찾아오는 그 원초적인 즐거움이 결국은 저한테 큰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강현석 : 첨언하자면, 창작의 과정 자체도 즐거운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김 소장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저는 사실 학교 다닐 때보다 요즘 책을 훨씬 많이 읽어요. 사고를 확장하기 위해 읽고,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를 통해 목소리를 형성하는 순환 과정이 무척 즐겁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온전한 ‘나’ 혹은 ‘우리’로 드러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낍니다.






<3부: 건축 바깥의 건축: 전시>

soa : 이제 전시와 칼럼, 건축 바깥의 건축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사실 지난 3월 skkusoa에서도 과제전을 열어봤었어요. 새로운 작업을 자체적으로 제작하거나 개념적인 것을 크게 다루지 않는 전시였는데도 전시라는 게 생각보다 어렵고 또 생각보다 큰 의미로 남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2017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 아방가르드의 유령>, 국립현대미술관 <상상의 항해> 등 많은 전시에 참여하신 선배님들께는 전시가 어떤 의미이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강현석 : 건축은 하나의 미디어잖아요. 하지만 그 안에 우리가 생각한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어요. 건축은 무엇보다 현실적이고, 법규적이며, 경제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건축에 담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전시라는 또 다른 미디어를 통해 풀어내는 것 같습니다. 뒤에 보이는 드로잉도 베니스 비엔날레 때 직접 금박을 입혀 병풍처럼 만든 작업인데, 구체적 형태나 재현 없는 국가 건축물에 대한 상상을 담고 있어요. 건축에서 하지 못했던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통로, 그게 전시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한국에 돌아와 처음 했던 전시는 일민미술관의 그래픽 디자인, 2005~2015, 서울 이었는데, 그때는 극도로 얇은 물성에 대해 실험해봤어요. 드럼통에 시멘트를 붓고 종이를 적셔 말려서 얇은 판을 만들고, 그것들을 쌓아 탑을 세웠죠. 하지만 그런 가벼운 물성의 실험은 건축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실제 건축물로 기능할 수 없으니까요.

일민미술관의 그래픽 디자인 / @SGHS 홈페이지


우리의 지적 호기심은 건축이라는 프레임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시, 때로는 텍스트라는 미디어를 통해 건축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김건호: 건축이라는 게 꼭 건물을 짓는 행위로만 한정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건축은 본질적으로 지적인 활동이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건축적 사고의 부산물들이 글이 되기도 하고 그림이 되기도 하죠.




soa : 저희가 사실 이 뒤에 ‘어떻게 개념적인 것이 실무적으로 연관되는지’를 여쭤보고 싶었는데, 이미 대답을 들은 것 같아요. 그래도 혹시 그런 개념적인 것이 실무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셨었는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강현석 : 연결되는 지점들이 있어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다뤘던 투명성에 관한 이야기가 파빌리온 작업으로 이어지기도 했고, 창신동 골목길에 대한 생각과 드로잉은 강북 노동자 복지관 현상 설계에 반영되기도 했습니다.




soa : 개인적으로 학교 설계에서 개념과 실무의 연관성을 거의 느끼지 못해서 꼭 여쭤보고 싶은 질문이었어요.

강현석 : 근데 개념이 뭐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질문 좀 해볼게요. (웃음) 어려운 질문이라는 건 알지만, 그냥 학생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soa 1 : 저는 사회와 대중들이 필요로 하는 것, 실무적으로 꼭 알아야하는 것보다 더 전문적으로 생각하고 탐구하는 것들이 다 개념이라고 생각하고 단어를 사용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건축이라는 영역의 넓이와 깊이를 더하는 것들이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soa 2 : 저는 호기심으로부터 비롯된 관심의 시작, 그게 개념인 것 같아요. 다만 집요한 관심인거죠, 그 관심을 바탕으로 개념적으로 정리를 하고 개념이 설계적으로 이어지는 걸 건축의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soa : 이제 저희가 또 똑같은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선배님들이 생각하는 건축의 개념은 무엇인가요?

강현석 : 여러 대답이 가능하겠지만, 이 문맥에서라면 각 프로젝트 뒤에 있는 ‘건축가 개인의 결정과 하고자 하는 의지’아닐까 싶어요.




soa : 그런 개념을 공부하고 탐구하는 건 기초를 쌓는 거지, 바로 포트폴리오와 작업 퀄리티에 드러내기 위한 건 아니잖아요. 이런 말을 하는 스스로가 조급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매 학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학생 입장에서 개념보다 툴을 공부하여 작업 퀄리티를 높이는 게 효율적일 수 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선배님의 입장에서 건축 탐구하는 일, 일종의 개념 공부를 후순위에 두는 학생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김건호 : 저는 개념이 어떤 기술처럼 배워서 장착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념은 오랜 시간 축적된 지식의 낱알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생겨나는 사유의 산물이죠. 오래 배우고 느낀 것들이 어느 순간 맞닿아 새로운 의미로 드러나는 경험에 가깝다고 할까요. 오래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 영화의 한 장면, 우연히 마주한 도시나 자연의 풍경이 하나의 생각으로 결합하는 것처럼, 사고 안에서 수많은 지식들이 촘촘한 의미의 그물을 짜는 거예요. 결국 개념이란 우리가 가진 생각들이 서로 조합되고 관계 맺으며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이지, “개념을 배운다”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 거죠.

soa : 그렇다면 설계에 들어갈 수 있는 의미나 호기심을 채운다, 정도로 이해해도 될까요?

김건호 :  그런 모호한 말은 생각을 더 모호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화장실이라는 공간을 떠올려 보면, 우리 모두 머릿속에 떠오르는 익숙한 이미지가 있잖아요. 근데 만약 그 이미지가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바뀐다면, 거기서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거예요. 결국 중요한 건 화장실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그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인 거죠.

강현석 : 건축에서 개념은 추상적일 수 있지만, 결국 그것은 하나의 구체적인 공간으로 드러나야 해요. 따라서 우리는 매 순간 결정하고, 실험하며, 구현해야 하죠. 제가 개념을 ‘건축가의 결정과 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말했던 것도 이 맥락과 연결됩니다. 화장실 하나를 짓는 경우만 봐도 평면과 단면의 구성 방식, 문, 가구, 타일 같은 수많은 선택지가 건축가 앞에 놓여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다양한 층위를 가능한 한 넓게 포섭할 수 있는 시야를 갖추는 일입니다. 그래야 이를 바탕으로 오류 없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겠죠. 결국 개념을 따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적합한 개념을 세우기 위해 평소 시야를 넓히고 지식을 쌓으며, 다양한 건축과 예술의 레퍼런스를 탐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배님들이 베니스 비엔날레 당시 제작한 드로잉






<4부: 건축 바깥의 건축: 칼럼>

soa : 이제 칼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현석 선배님의 경우 영화와 건축을 잇는 칼럼을 쓰고 계시잖아요. 개인적으론 다른 것들과 건축을 엮는 습관이 때때로 머리 아프게 느껴지기도 해서 선배님처럼 다른 영역의 것들을 건축과 엮는 걸 보면 신기하게 느껴져요. 그런 일이 어렵진 않으신지 궁금하기도 해요.

강현석 : 머리는 아프지만 마냥 고통스럽지만은 않아요. (웃음) 그 안에는 창작 과정에서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도 있으니까요. 만약 어떤 창작이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아마도 ‘늘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일 거예요. 설령 타인이 틀렸다고 말하더라도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신을 믿고 그 생각을 텍스트나 건축 작업으로 깊이 있게 이어간다면, 그 안에서 분명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soa : 사실 건축학과의 즐거운 점 중 하나가 어딜 가서 뭘 봐도 전공과 관련시켜 생각하고 ‘나 이거 공부한거야’ 핑계 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다른 것들과 건축을 엮는 즐거움에 공감이 가요. 글을 쓰는 일에 대해 더 질문해보겠습니다. skkusoa 에디터들도 가끔 글을 쓰는데, 글을 쓰는 게 즐겁기도 하지만 그만큼 어렵기도 했던 것 같아요. 선배님들께선 글을 쓰는 어려움을 어떻게 다루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김건호 : 글을 쓴다는 게 사실 쉽지는 않죠. 시간도 많이 들고, 내 아이디어를 온전히 담아낼 적당한 말을 찾는 것도 어렵고, 뉘앙스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잖아요. 게다가 간결하고 산뜻한 문체로 쓰려면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고요. 그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글을 쓰는 데는 분명 즐거움이 있어요. 그래서 그 마음으로 계속 쓰다 보면, 어려움조차 결국 즐거움의 일부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만 글 자체보다, 글을 통해 내가 어떻게 보일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그런 고민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강현석 : 글을 쓰는 과정은 설계와 참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디어를 전달하기 위해 단어와 문체를 고르고, 단락을 배열해 전체를 완성하는 일이니까요. 저에게는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즐거움이 글쓰기의 고통보다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soa : 글도 글만의 내러티브와 텍토닉이 있는 거니까요.

강현석 : 저는 설계 수업에서도 텍스트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건축 설계가 아이디어를 건축 어휘로 조합해 공간 형식으로 치환하는 일이라면, 역으로 텍스트만으로도 도면이나 이미지 없이 건축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학기말 과제로는 자신의 프로젝트를 ‘내러티브 북’ 형식으로 제출하게 합니다. 특히 가능하면 페이지마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곧바로 대응하지 않도록 구성할 것을 요구하죠.






<5부: 교수님으로서 선배님>

soa : 마침 언급도 되었으니 이제 대학 교수님이신 선배님들께 건축 교육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교수님으로서,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중시하며 건축 교육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강현석 : 수업을 시작할 때 저는 학생들에게 ‘우리 서로는 팀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주제와 맞닿은 레퍼런스를 통해 건축의 어휘와 문장을 공유하죠. 학생이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을 가져오면, 그것을 건축 어휘로 구체화해야 해요.

저는 학생들보다 20년은 더 공부한 사람인 만큼, 조금 더 두꺼운 건축 어휘 사전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함께 단어와 문장을 조율하며 학생의 생각을 건축적으로 표현해 나가는 과정을 곧 설계 수업이라 여겨요. 중요한 것은 생각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이 아니라, 그 생각을 어떻게 건축화하느냐라고 생각합니다.

김건호 : 저도 비슷해요. 거기에 덧붙이자면, 저는 건축 언어를 배우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소한 도면을 어떻게 그리고, 단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같은, 말하자면 건축의 ‘가나다라’ 같은 기본기를 가르치는 게 꼭 필요하다고 느껴요.

강현석 : 또, 15주의 스튜디오를 통해 설계의 전 과정을 체계 있게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날 갑자기 단면을 그리고, 마지막에 파사드를 급하게 덧붙이는 식이 아니라 논리적인 프로세스를 입체적으로 밟아보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저는 학기 초에 매주 구체적인 과제와 필요한 강의를 포함한 수업 계획서를 세우는 데 공을 들입니다.

김건호 : 제가 학생들한테 가끔 하는 농담이 있어요. “건축신이 갑자기 내려와서 너희에게 도면을 뚝 떨어뜨려주는 일은 없다. 그런 건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깜짝쇼 하려 들지 마라.” (웃음) 건축이라는 건 결국 벽돌을 올리듯 차근차근 쌓아가는 일이니까요.




soa : 선배님들께선 성대, 서울대, 한예종, 홍대, 다양한 학교에 출강을 하셨었는데, 학교마다 학풍이 다른 게 있는지, 특히 성대생들의 특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강현석 : 저는 학교들을 하나의 성향으로 묶을 수 없다는 점이 오히려 21세기적이라고 생각해요. 학교의 특징보다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가진 보석 같은 면모가 더 눈에 들어오죠. 누군가는 개념에 강하고, 또 누군가는 드로잉에 탁월합니다. 건축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더라도 다른 흥미로운 재능을 보여주는 학생도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설계 수업에 모인 만큼, 저는 주어진 프로세스 안에서 각자의 장점이 설계에 잘 반영되도록 돕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김건호 : 사실 이런 질문 자체가 집단화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요? 지역이나 배경 같은 것에 따라 유사성이 있다고 믿고 집단을 만들려는 문화가 과연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를 그런 식으로 단순화해서 집단으로 특징짓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학교의 특징이라는 것도 그렇게 쉽게 정의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마다 다 다르고, 그렇다면 그런 구분 자체가 크게 중요한 의미는 없겠죠.

soa : 타대학 건축학과 친구들을 만나면 스튜디오 방식이나 학생 문화 같은 것들을 자주 비교하곤 했었는데, 반성하게 되네요.

강현석 : 저는 오히려 학생들이 고정된 문화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 개성을 드러내며 빛나는 상황이 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개개인이 이미 저마다 반짝이고 있으니, 굳이 다른 곳과 비교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soa : 선배님께선 교수님으로서, 학생들에게 바라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김건호 : “이 정도면 됐지” 하고 타협하기 위한 비교는 하지 않았으면 해요. 사실 중요한 건 자기 프로젝트와 자기 생각을 끝까지 붙들고 고민하는 건데,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이 정도면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 더 이상 스스로를 밀어붙이지 않게 되거든요. 그게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결국 프로젝트를 멈추게 만드는 건 건축가 자신이니까요. 학기가 끝나더라도, 프로젝트는 계속될 수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강현석 : 두 가지 정도가 떠오르네요. 첫째는 많은 시간을 쏟는 설계 스튜디오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한 학기가 끝나면 프로젝트와 함께 자신마저 한순간에 꺼져버리는 듯한 분위기가 있잖아요. 하지만 매 스튜디오에서 느낀 것, 좋아했던 것, 반성했던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간다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훨씬 더 단단해질 거예요.

두 번째는 특히 졸업 설계를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에요. 스스로를 학생이 아닌 ‘작가’라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졸업 설계만큼 하나의 프로젝트에 온전히 자율적으로 시간을 들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거든요. 그러니 단순히 과제라고 여기지 말고, 졸업 이후에도 발전시킬 작품으로 받아들이길 바랍니다. 그렇게 다듬어 출판까지 이어질 만한 결과물로 완성한다면, 프로젝트에 임하는 태도도 달라지고,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기쁨 또한 훨씬 더 깊어질 거예요.






<클로징>

soa : 과거 성균건축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했으니, 이제 미래로 가보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미래를 향해서 한 마디를 해보신다면요?

김건호 : 건축하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강현석 :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soa : 이 짧고 굵은 대답의 여운을 남기기 위해 의미를 더 묻지 않고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credit

SGHS
강현석 HyunSeok Kang
김건호 Gunho Kim


인터뷰/편집
김수진 Sujin Kim
원채연 Chaeyeon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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